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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구석구석/경상

[포항면단위투어] 구룡포읍 -- 근대문화역사거리(일본적산가옥)

[구룡포의 작은 일본, 근대문화역사거리]

포항사람도 잘 모르는 일본적산가옥,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 몇 번 방문해봤지만 '참 볼 것 없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진짜 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해 뚝딱뚝딱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쯤에 방문해야 비로소 볼거리가 생길 것 같다. 그나마 유일하게 홍보관으로 개방했던 가옥은 완전히 폐쇄된 상태로 수리에 들어갔다. 예전에 언니와 방문했을 때 찍었던 사진을 찾아봤는데, 찾을 수가 없네.

[2013년 관광자원화 사업 진행중]

벌써 거리 바닥 공사도 많이 진행되었고, 그간 방치(?) 수준이었던 가옥들도 많이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너무 인공의 느낌이긴 하지만 그 또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거리가 무척 짧긴 하지만 작은 일본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할머니들께서 시원한 그늘에 자리를 펴고 열심히 판(?)을 벌이고 계셨다. 머물렀던 두 시간 남짓 동안 계속 ㅋㅋ

[후루사토(: 일본식 카페] -- 폰에 담은 구룡포

후루사토는(고향)는 일본식 가옥에 차려진 일본식 카페이다. 기존 자리에는 한일문화교류를 위한 사무실이 들어서고 맞은편으로 옮겼는데 아직 간판도 못떼어 와서 리오픈을한 상태였다.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으려니, 지나가는 사람들 마다 "여기 뭐야?", "뭐하는데지" 하고 들어오지는 못한다. 저기 배너에 쓰여있는 글자가 코-히(커피)입니다 여러분ㅎ 두려워 말고 들어오세요. 마침 나가시는 손님들와 대화에서 사장님께서 후쿠오카에서 오래 살다 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구룡포가 고향이라 고향이라 이름지었을지, 고향같은 후쿠오카를 그리워하며 지은 이름인지는 모르겠지만 정겨운 이름이다. 후루사토.

아기자기한 후루사또 내부. 들어설땐 일본식 슬리퍼로 갈아신었다. 카메라를 차에 두고 갔더니 핸드폰으로 찍은 화질이 영 아니긴 한데, 따뜻한 일본식 목조주택이 너무 아늑하고 편안하다. 단체손님이 나가고 나니 나 홀로 조용하게 꾸벅꾸벅 졸았다.

다다미 스타일의 2층에도 아무도 없어 마침 창을 통해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을 담을 수 있었다. 아, 좋다.

오후 여행의 피로를 덜어 줄 아이스 아메리카노. 보리차같이 깔끔한 맛에 빙수 얼음이 들어갔다. 가격은 예전보다 덜 착해졌지만 4천원. 다음엔 일본식 아이스 녹차 먹어야지. 요즘에 주말이 기다려지는 이유. 잠깐이었지만 너무 좋은 시간이다. 요 옆에 게스트하우스 하나 차려두고 욕심없이 살고 싶다. 돈욕심, 사람욕심없이.

[구룡포 적산가옥 뒤편으로]

일본가옥이 많지 않기 때문에 언덕 위에 오밀조밀 모여있는 구룡포의 작은 어촌마을을 구경해 보는 것도 좋다. 집집마다 작은 화단이나 화분을 놓고 깔끔하게 잘 꾸며놓았다. 어르신들이 무료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놓아둔 의자도 집집마다 보인다. 할머니 한 분이 유모차를 끌고 마실 나가시다가 '쉬었다가소' 한마디에 이웃집으로 들어가신다.

이곳에도 아이들이 골목골목 뛰어놀던 시절이 있었을텐데, 지금은 언덕 꼭대기에 있는 분교도 문을 닫은 것인지 창문이 여럿 깨져있다. 폐교같진 않은데 아이들이 몇 없나보다. 관광지가 되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서 아이들 공부하는 소리가 교문 밖까지 들리는 그런 학교가 되면 좋겠다.

이방인을 경계하는 개님들. 바다가 보이기에 사진 좀 찍으려고 조금 머물렀다고 제 집에 들어올까 싶어 삼엄한 경계. 나 그렇게 나쁜 누나 아니야. 우리 집에도 너희 같은 애들 있어. 다음에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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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혼탑에서 바라보는 구룡포항]

일본거리를 지나다 충혼탑 계단으로 올라선다. 계단이 제법 많은데, 예쁜 장미꽃잎이 심심하지 말라고 레드카펫을 깔아준다.

충혼탑은 예전 일제시대 때 신사가 있던 곳이다. 일본놈들이 신사 자리라고 최고 전망 좋은 자리에 잡았나보다. 구룡포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일본가옥을 일제시대 잔재라고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관광자원으로 개발한 이상 구룡포 살리는 히트 아이템이 되었으면 한다. 리모델링 중인 홍보관에 역사에 대한 내용은 충실히 다뤄주길 바란다. 완공되는 2013년을 기대해 본다.

필름카메라에 담은 구룡포

[추천코스 & 찾아가기]

호미곶 가려는 분들은 한번 쯤 들러보는 것도 좋다. 구룡포항 찍고 (현재까진)무료인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에 회나 모리국수를 먹고 횟집 뒤편으로 찬찬히 걸어 둘러보자. 구룡포에서 만나는 작은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