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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구석구석/경상

[포항면단위투어] 죽장면 -- 입암서원과 일제당

[입암서원일원]

기계의 봉강재, 분옥정을 거쳐 입암서원(포항 죽장면 입암리)으로 간다. 서원 입구부터 차들이 줄지어 세워져있다. 죽장이다. 죽장면은 상옥이나 하옥을 비롯해 여름철 휴가지로 인기있는 계곡이 제법 많다. 오는길에 보았던 까치소도 그렇고 아직 피서하기엔 이른 초여름에도 입암서원에는 더위를 피하러 온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차를 세워두고 아무도 관심없어하는 입암서원에 오른다. 아뿔싸. 잠겼다. 다른 문도 없다.

입암서원은 조선 효종 8년(1675)에 현재 죽장면 입암리 토월봉 아래에 창건된 것으로 임진왜란시 이 지방에 피난와서 살다가 죽은 문강공 장현광(1554∼1637)을 봉안하고 지방유림인 동봉 권극립, 우헌 정사상, 윤암 손우남, 수암 정사진을 배향하고 있다. 고종 5년(1868)에 훼철되고 순종원년에 묘우가 소실되었다가 1913년에 복원되고 1972년에 묘우를 복원하였다. 입암서원은 목조와가의 ㄱ자형으로 그 일대가 자연경관이 수려하며, 만활당, 일제당이 있다.

http://jukjang.ipohang.org

[입암서원의 향나무]

서원 뜰 안에 있어야 할 향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태풍으로 고사해서 2004년에 경북기념물로 해제되었다는 기록을 보니 없앴나보다. 서원 입구에도 수 백년 된 것 같은 크다란 향나무가 있어 마침 할아버지 한 분이 그 아래 앉아계신다. 어쩌면 뜰 내에 있던 나무를 옮겨 심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저런 수령의 향나무가 그리 흔할까. 그냥 가긴 아쉬운데 담장 주변이라도 걸어볼까.


[담장 안을 엿보다]

문이 잠겨 들어갈 수도 없으니 카메라만 담장 너머로 들여본다.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은 옆 건물들도 굳게 잠겨있다. 들어갔어도 별로 볼 만한 것은 없을 것 같은데, 들어갈 수 없으니 괜히 더 애가탄다.

만월당과 일제당을 찾아 담을 따라 걷는다. 토끼풀이나 붉은토끼풀이 잔뜩 깔린 가운데 보라색 꿀풀이 예쁘게 피었다.

벌써 겨울을 준비하는걸까, 서원 주변에 단단한 장작들이 가지런히도 쌓여있다.

[보리 익은 입암리]

다른 곳은 이미 추수를 마치고 벼 모내기를 한 곳이 많은데, 여기는 아직 노랗게 익은 보리 그대로다. 처마 밑에 제비가 자리잡은 집 앞에 작지만 구수한 보리 물결이 일렁인다. 

[만활당(萬活堂)]

저 길 끝에 만활당이 보인다. 들어가진 않고 일제당으로 향한다.

정면 3칸, 측면 단칸의 박공기와 지붕 구조인 만활당은 계류가 굽이쳐 흐르는 언덕위에 서향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조선중기 성리학자인 旅軒 張顯光(여헌 장현광)이 임진왜란때 피난와서 기거하던 은숙사로 사용하던 건물이다. 막돌을 3단 쌓은 축대위에 자연석 초석을 놓고 원주를 세웠다. 삼량가로 홑처마의 굴도리집이다.

정면 3칸중 어칸은 전면에 올거미띠장널문을 두짝 달아서 마루방을 꾸미고 양 협문은 각각 온돌방이며, 마루바닥은 우물마루를 깔았고, 마루방 뒷 벽에는 입암서원 대청의 어칸 널문을 달아서 반침을 꾸며 놓았다.

[일제당]

피서온 사람들이 시끌시끌한 가운데 저 멀리 동양화 한 폭이 있다. 일제당이다. 들어가 볼 만 하겠다 싶어 걸어봤지만 역시 굳게 잠긴 문. 피서온 사람들이 들어 가 훼손할까 우려해서 그런 것인지 원래 잠가두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일제당 앞에 우뚝 선 바위가 '입암(탁입암)'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기와지붕으로 구성된 일제당은 조선 선조 33년(1600년:병자)에 건축되어 여헌 장현광, 수암 정사진, 윤암 손우남등이 학문을 강론하던 곳이며 1629년에는 노삼계, 박인노 선생이 내유하여 입암가 29수와 입암별곡을 남기기도 하였다. 1907년 산남의진 사건으로 왜군이 방화 소실되었던 것을 1914년 복원하였다. 일제당은 평면구성에 있어 보간 2칸중 후열 3칸은 절벽에 의지하여 높은 자연석 축대를 쌓고 그 위에 앉혔는데, 어칸이 마루이고 양측에 온돌방을 각 1칸씩 배치하였으며, 마루 뒷벽에 출입문을 세우고 루마루를 꾸며서 계자 난간을 돌렸다.

[죽장계곡]

여름철 피서지로 좋은 곳. 송내교 위에서 노랗게 머리를 염색한 학생들이 하나 둘씩 다이빙을 하기 시작했다. 입암서원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물놀이와 더불어 암벽등반하기 좋은 곳도 있어 많은 이들이 즐기고 있었다. 여름이 조금 더 깊어지면 하옥으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