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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구석구석/경상

[포항거닐기] 오천읍 -- 오어사

ⓒ kaykim 2008."털신을 보면 할아버지가 생각난다"


ⓒ kaykim 2008."이거, 새총하면 좋겠는걸.."


ⓒ kaykim 2008."향냄새, 불경을 외는 사람들..기도.."


포항하면 생각나는 것은 역시 호미곳의 '상생의 손'과 일출, 구룡포 과메기, 환호 해맞이 공원, 죽도 시장, 북부 해수욕장의 불빛축제, 바다, 바다, 바다 그리고 바다. 포항시에서 꾸준히 밀고 있는 관광 아이템들은 대체로 바다 혹은 바다와 관련되어 있다. But, 포항생활 3년 차(정확하게 2년 2개월)인 내게 포항에서 가볼 만한 추천지를 꼽으라면 글쎄, 난 오어사를 택하겠다 ㅎㅎ

오어사(吾魚寺)는 포항 오천읍에 있는 사찰로, 절을 둘러싼 운제산과 오어지(吾魚池)가 만드는 풍경으로 유명하다. 오어사로 들어가는 길엔 양쪽으로 벚나무 가로수가 안내하는데, 식목일이자 한식이었던 2008년 4월 5일은 비록 날씨는 최고였으나 최고의 벚꽃을 구경하기엔 딱 사흘이 모잘랐다.

ⓒ kaykim 2008."4월까지 피어있는 동백꽃이 햇빛에 반짝"

ⓒ kaykim 2008."바람개비가 점심식사의 운치를 더했다"

ⓒ kaykim 2008."김밥엔 우유다, 야쿠르트는 장난스럽게 먹어야 제맛"


스트라이다에 달고 다니라고 엄마가 한옥마을에서 사 주신 바람개비는 이렇게 나름 운치를 내는데 쓸모가 있었다. 오어지 물가에 꼽아두고 미리 사온 김밥을 먹었다. 빙글빙글 도는 바람개비. 계획은 사실, 운제산 등반이었는데 오천에 도착하자마자 김밥부터 풀다니.. 난 "김밥엔 사이다"라는 고정관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는데, 동행한 baejy는 "김밥엔 우유!"라는 내겐 다소 생소한 궁합을 내놨다. 동참했다. 햇빛은 따뜻했고, 새들이 울었고, 큰 미꾸라지가 물위로 나왔다 사라졌다. 오렌지는 상큼했다.

ⓒ kaykim 2008."사진은 거짓말을 잘한다. 그렇게 컸던 잉어가..."

ⓒ kaykim 2008."운제산에 드문드문 진달래, 오리야들이 오고있다"

ⓒ kaykim 2008."봄날의 사랑이란..."


난생 처음보는 거대한 잉어는 거의 사람(?)만 했다. "와..저렇게 큰 잉어는 난생 처음본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었는데, 관리인 아저씨가 호루라기를 불며 "오리야, 오리야"하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저..멀리서 오리 두 마리가 이쪽으로 헤엄치기 시작했다. 청둥오리는 가족과 겨울에 오어사에 왔다가 집오리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가족들은 모두 돌아갔는데, 사랑을 버리고 갈 수 없어 이곳에 남았다. "우, 가족도 버린 사랑이란..."

ⓒ kaykim 2008."두상이 예쁜 동자승 Read, Imagine & Make it Real"

ⓒ kaykim 2008."안좋은 추억때문에 물은 마시지 않는다"


예전엔 절이 무서웠는데, 지금은 향을 피우는 냄새도 불경소리도 목탁소리도 기분 좋다. 왠지 정화되는 느낌이랄까..ㅋ 등산하려고 마음먹고 왔거늘, 10분만 오르면 나타나는 두 개의 암자, 원효암과 자장암을 오르는 것 만도 힘들었다. "으..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버렸지 -_-" 태권도장에서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단체로 나들이를 왔는데 짹짹거리면서 노란띠라고 자랑하는 유치생원생들에게 이상한 굴욕감마져 들었다;;

ⓒ kaykim 2008."포항의 유친 baejy는 절에 가면 꼭 시주를 한다 ㅋ"

ⓒ kaykim 2008."원효암을 내려오면서..이번엔 저 꼭대기 자장암이다"


원효암엔 이미 먼저 온 등산객이 소리내어 불경을 외고 있었다. baejy가 기도하는 동안, 삼신당 옆에 뜨끈한 햇살로 키워진 쑥과 돌나물을 남몰래 탐하고 있었다;; 보송보송한 쑥으로 만든 쑥떡...쑥떡...그리고 돌나물로 만든 시원한 물김치.."앗, 왠지 할머니가 된 것 같은 기분.."

ⓒ kaykim 2008."자장암에서 내려다 본 아기자기한 오어사와 오어지"

ⓒ kaykim 2008."잎이 무성한 여름에 꼭 다시 와야겠다."

자장암에 올랐다. 자장암에서 내려다보는 오어사가 아기자기하다. 바로 이런 풍경을 보기위해 오는 거다. 오어사는.. 그나저나 예전에 만났던 흰둥이와 검둥이부터 찾았다. 스님들은 육식을 안하시는데, 대체 이 녀석들은 일년 사이에 어딜 간걸까. 작년 이맘때 내가 책도 읽어주고 했는데, 누렁이만 새로 생겼다. 변태 누렁이, 나를 덥쳤다. 저 눈빛.

ⓒ kaykim 2008."멍멍의 무언가를 갈망하는 눈빛"

ⓒ kaykim 2008."baejy샷, 눈처럼 하얀 벚꽃은 아니더라도.."


오어사를 내려오며.. 역시 벚꽃 때문에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baejy에게 말했다. "찍어찍어찍어"
그리고 그 아쉬움은 우리를 구룡포로 이끌었다. "이제 바다로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