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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구석구석/경상

[포항면단위투어] 기계면 -- 도원정사와 서숲


2012년 6월의 마지막 날. 중부지방엔 오랜 가뭄 끝에 호우주의보까지 내릴 정도로 비가 왔다지만 포항은 더운데다 잠깐 내린 비로 비닐하우스 속같다. 오늘은 도통 그 정보를 찾기가 어려웠던 도원정사로 간다. 웹상에 최초로 지도를 남기리라. 


네비게이션에는 당연히 검색도 안되고 기계면사무소 뒷편이라고만 알고 출발한 길. 면사무소 뒷편의 두봉산 자락 쪽을 바라보니 산등성이에 고택이 보인다. 어라? 생각보다 쉽게 찾았다. 라는 생각으로 근처에 차를 대고 올라가는데 논밭 건너편 저만치에 소나무숲이 보이고 그 앞에 삼문과 고택 두 채가 보인다. 아 거기가 아니었구나. 나중에 찾아보니 저기는 운루정인 것 같다.


향하는 길을 찾을 길이 없어 논두렁을 따라 걷는다. 비가 내리는 날이라 장화를 신었으니 망정이지 질척이는 길에 환삼덩굴까지 길을 잘못 들어 고생을 한다. 저렇게 길이 좋아 입구까지 차를 가져갈 수도 있는 것을 괜한 고생을 했다.


소나무 길이 시작되는 곳. 중간에 평상도 하나 있어 아저씨 한 분이 차를 대고 본격적인 낮잠을 주무실 채비를 하신다. 이곳에 머물던 한 시간 동안 계속 단 낮잠을 주무셨다. 


도원정사 앞에는 이렇게 오래된 소나무 숲이 있다. 



소나무숲을 지나면 보이는 도원정사의 삼문. 그 하나가 활짝 열려있다. 찾았다. 도원정사 뒷산도 온통 소나무다. 이렇게 아름다운 문화재가 면사무소 인근에 있으면서 어떻게 작은 이정표 하나 없었을까.


도원정사의 삼문이 보이고 협문 하나가 활짝 열렸다. 최근에 면단위투어 중에 굳게 잠겨 퇴짜를 맞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 다행이다. 문으로 들어서자 사진에서 마음을 빼앗았던 연못과 다리가 보인다.


다리를 건너야지. 이 지역의 고택이라면 으레 있는 배롱나무가 그늘을 만든 계단 끝으로 팔작지붕을 한 도원정사가 보인다. 배롱나무가 빠지면 섭하지. 곧 백일홍이 필텐데 다음 달 쯤에 가면 더 예쁘겠다.




도원정사(桃源精舍)
도원은 조선 중기의 학자 이말동의 호로 그를 기리기 위해 창건하였다한다. 1480(성종 11)에 사마시에 합격하였으나, 연산군이 즉위하자 벼슬에 뜻을 버리고 이곳에 은거하며 많은 시문(도원문집)을 남겼다. 






도원정사의 현판과 양쪽으로 각각 삼외재, 산택헌 현판. 도원정사는 정면 5칸 측면이 2칸의 건물이다.


도원정사 바로 옆에 있는 안락와. 대청마루에 앉아 출입문을 바라본다. 향나무 같은데, 엄청나게 크다. 그리고 남장 너머로 보이는 소나무 숲.


안락와 끝에 서서 도원정사를 바라본다. 안락와의 출입문이나 건물은 최근에 다시 보수를 한 것 같다. 잠시 안락와 대청마루에 앉아 장화 속에서 땀으로 고생하는 발에게도 휴식을 준다.





안락와 쪽에서 낮은 담장 너머로 연못을 바라본다. 작지만 아름답다. 배롱나무 꽃이피는 한 여름도, 단풍이 곱게 물들어 단풍비가 내리는 가을날도, 한 겨울에 물이 얼고 하얗게 눈이 내린대도 예쁘겠다.




도원정사 옆으로 작은 문이 나 있어 사당으로 통하는건가 싶었는데 담너머로 구경을하니 화장실이다. 아담한 곳이라 둘러보는 데는 정말 몇 분 안걸리지만 시원하게 부는 바람을 따라 대나무잎이 스치는 소리가 좋아 한참을 앉아있었다. 이제 돌아갈 시간. 건너왔던 다리를 다시 건넌다.


내가 걷는 걸음마다 퐁당퐁당 물 속으로 뛰어는 개구리들




개구리밥이 좁았는지 넓은 평수로 이사한 개구리 한 마리.



흐렸던 하늘도 조금씩 밝아지는 것 같다. 


담장을 따라 도원정사 왼편으로 걸어와 다리의 측면을 담았다. 이리보아도 저리보아도 예쁜 도원정사. 잘 쉬었다 갑니다. 



[찾아가는길]

새주소는 협동길 36번길 21-9 이지만, 예전 주소로는 저 소나무 숲을 기준으로 현내리 산 17-7번쯤된다.

기계면사무소까지 왔다면 바로 다음 블럭인 '한우포도청에서 우회전'한다.


다음과 같이 '대원오토바이'와 '사랑채'가 있는 곳까지 오면 아래 화살표 방향으로 진입한다.




[서숲]

도원정사에서 나와 기계장터를 지나 기계고등학교를 따라 가다보면 길 위에서 서숲을 만나게 된다. 이말동 선생이 기계에 자리잡은 후 만든 방풍림이라 하는데, 지금은 그 일부가 남아 규모는 크지 않다. 소나무 사잇길로 차를 들여본다. 반대편에서 차가 오지 않기만 바라면서. 봉강재의 소나무숲이 훨씬 크고 멋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