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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구석구석/경상

[경주거닐기] 양동마을

ⓒ kaykim 2008.2-3 P.Mⓒ kaykim 2008.March 30th, 2008ⓒ kaykim 2008.@ 양동마을, 경주

가끔씩 내가 태어나 7살까지 살았던 그 집이 우주 어딘가엔 그대로 남아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안방에 있던 다락을 제일 좋아했는데, 대낮에도 어두컴컴했던 나의 아지트였다. '내가 좋아했던 다락방의 그 냄새는 쥐똥냄새가 아니였을까..?'하는 식의 옛생각을 하는 것은 참 기분이 좋다. 그래서 나는 가끔 과거로 여행한다. 


ⓒ kaykim 2008."날씨가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양동마을은 유년으로의 여행이다. 어떻게 다르다고 얘기해야할까. 하회마을처럼 진짜 사람이 생활하고 있는 민속마을이지만, 그만큼 관광지화되지 않은 곳? 아쉽게도 내가 다녀간 3월 말의 오후는 날씨가 꾸물거려 비가 한 두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우산을 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우산은 두고 내렸다. 마을에 들어서자 마자 아담한 초가 지붕들이 보인다. 무언가 타는 냄새..내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건 언제나 후각이 먼저다. 게다가 제비가 낮게 비행하고 있었다. "아..제비라니.." 난 제비가 멸종한 줄로만 알았다.

ⓒ kaykim 2008."봄을 알리는 벚꽃 뒤로 기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 kaykim 2008."청색 기와를 얹은 집에 목련이 운치있다"


양동마을에도 봄이 오고 있다. 벚꽃이 드문드문 몽우리를 터뜨렸고, 목련도 보기좋게 몸을 부풀리기 시작했다. (목련은 나무에 앉은 하얀 학을 생각하게 해서 좋지만, 툭 하고 떨어질때는 무궁화만큼 추하다.) 그래도 봄의 시작이라 할 만한 벚꽃과 목련을 모두 담았으니 꽃구경인 셈. 내가 사는 포항에서 5분 거리에 이런 곳이 나온다는게 참 신기할 따름이다.

ⓒ kaykim 2008."이날 유일하게 건졌다고 생각한 샷이었는데.."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초등학교도 한옥으로 운치있게 지어져있었다. 관광객들을 위해서 일부러 흙길을 포장해 길을 인도하는데.. 낮은 담장 너머 처마 밑으로 널어둔 속옷을 보게 되거나, 정돈되지 않은 모습으로 분주하게 저녁을 준비하는 주민들을 마주하게 되면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사는 꼴(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준다는게 썩 기분이 좋은 일은 아닐테니까. 그래서 사진을 찍는 것도 조심스럽게 된다.

요즘은 온 가족이 한옥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일부러 한옥을 찾아 다니기도 하는데, 이곳은 심지어 사람들이 진짜 생활하고 있으니, 경북 통신원이 되어 즐겨찾기 해야 할 곳인 것 같다. 이 날은 날씨도 좋지 않았고, 꽃들도 아직이다 싶어 마을의 절반만 보고 그냥 돌아왔다. 무엇보다 이전 포스팅에서 말했지만, 허기가 지기 시작했으니까 ㅎㅎ 조만간 방문객이 오면 다시 한 번 가봐야지.

ⓒ kaykim 2008."아늑한 중정에 물웅덩이가 있었던 독특했던 구조"

ⓒ kaykim 2008."유년시절로 돌아가는 다락방 타임머신 고고씽"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다는 것은 돌이켜보면 내 인생 가장 큰 행운 중의 하나였다. 남들에겐 없는 추억의 희소성이란 건..^_^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양동마을에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외부인을 입주자로 받아 집을 지원해주는 정책 있다고 들었다. 마을 입장에서는 폐교위기에 있는 초등학교도 살리고, 마을도 활성화시키고, 입주자 입장에서는 아이들 교육이나 건강에도 좋을 것이란 생각에서겠지? 솔로도 받아주면 좋을텐데, 주말에 마을투어 자원봉사도 할겸;;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