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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구석구석/경상

[경주거닐기] 반월성 유채밭

서울을 비롯한 대부분의 지역이 30도 가까운 여름날씨였다는 어제, 동해안의 포항은 딱 4월의 봄날이었다. 경주에서 해마다 이맘때 열리는 "술과 떡잔치"는 세 번만에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황성공원에서 열리는 잔치는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규모있었다. 각 지역의 떡과 술, 세계 여러 나라의 스낵, 그리고 미스경북 선발대회 -_-;; 아침도 안먹고 갔거늘, 떡은 잘 안주고 술만 공짜로 주는 것에 왠지 배신감이 느껴졌다. 함께 간 BaeJY는 경주교동법주부터 시작해 산삼주, 국화주, 복분자주에서 40도가 넘는 홍주까지 모두 섭렵했다;; 난 혀끝으로 간간히 맛만 보면서 BaeJY가 쓰러지면 어떻게 끌고 가야하나를 생각했다 ㅋㅋㅋ

ⓒ kaykim 2008.April 19th, 2008

ⓒ kaykim 2008.4 P.M.

ⓒ kaykim 2008.@ 경주


카메라 센서를 청소하다 배터리를 다 써버렸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덜렁 카메라를 들고왔다. 배터리가 부족한 카메라는 유채꽃을 위해 아껴두었. 반월성 근처에는 계절마다 다른 꽃을 심어 벌, 나비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유인하고 있다" 그리고 4월 중순인 지금은 바야흐로 "유채"의 계절인 것이다.

ⓒ kaykim 2008."노란물결 속에 BaeJY있다"


항상 별 생각없이 가지고 다녔던 삼각대도 어제는 꽤 쓸모가 있었다. 붕붕붕... 꿀벌들이 엄청 많았는데 남들처럼 꽃밭에 앉아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따가운 햇살에 가뜩이나 까만 두 사람은 슬금슬금 피부를 태우고 있다;; 이러다 5월 지나 경주가면 외국인 소리 듣는거다.

ⓒ kaykim 2008."꽤 아름다운 노랑과 하늘의 조화"


역시 노란색은 환한 기운과 활력을 준다. 반 시간 이상을 머물면서 콧노래도 흥얼거리고, 좋은 각도를 찾아 노란 밭을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지난 며칠 간 나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괜한 짜증과 분노도 사그러지는 것 같다. 이 모든게 날씨가 받쳐줬기 때문에 가능하다. 꽤 아름다운 노랑과 하늘의 조화. 참새 무리는 카메라를 가져가면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 kaykim 2008."열심히 일하는 붕붕이들, 케희도 이제 그만 정신차려야지"


그저 기름으로 쓰인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아들과 여행온 할머니는 유채잎을 따고 계셨다. "와, 먹을 수 있는 건가봐" 나물로 무쳐 먹어도 맛있단다. 그러고보니 갓잎처럼 생겨서 김치를 담궈도 왠지 맛있을 것 같다. 앞서 "술과떡잔치"에서는 진달래, 쑥과 함께 화전으로 만들어 먹기도 했다. 하여튼 유채의 색이 기분 치료제의 역할도 했으니까 유용한 식물임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ㅋㅋ

ⓒ kaykim 2008."한 폭의 유화같은 유채밭 거닐기"


"엄마, 여기 제주도야?" 여러 팀이 갓길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작년 3월 제주에서 본 유채밭보다 더 밝고 가득한 유채. 볼만하다. 사계절 각기 다른 색으로 유혹하는 경주 반월성 근처의 꽃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