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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구석구석/제주

[제주거닐기] 한라산


[한라산 가는길]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호텔에서 해장국으로 아침까지 든든하게 챙겨먹고 산행을 준비한다. 그래도 남한에서 가장 높은데(1950m) 이왕이면 정상에서 백록담을 봐야하지 않겠는가? 한라산은 대표적으로 어리목, 관음사, 성판악의 세가지 코스로 갈 수 있는데 이중 관음사와 성판악을 통해 등산을 해야 정상을 만날 수 있다. 올 3월엔 관음사로 등산하여 성판악으로 하산, 이번 7월의 등산은 반대로 코스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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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의 재미]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지만 그다지 어렵거나 힘들지 않아 자칫 재미없는 산행이 될 수 있다. 고작 두 번의 산행이었으나 내게 한라산의 재미를 꼽으라면, 1. 하루에도 수십 번씩 표정을 바꾸는 제주 날씨(게다가 산) 속에서 등산하며 백록담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설레임이 첫 번째 재미. 2. 그리고 육지에서 보기 힘든 동식물을 보는 재미가 그 두 번째다. 3. 하산 후 마시는 토종돼지 삼겹살에 한라산소주는 옵션정도?

ⓒ kaykim 2007July 5th, 2007 @ Mt. HALLA



[한라산의 생태계]

이번에도 두 눈과 귀를 크게 열고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캐취-초롱초롱한 눈망울에 귀여운 뿔이 달린 노루를 보았다. 불과 2-3m정도 앞에 두었을까 도망도 가지 않고 너무 빤히 사람을 쳐다본다 -_- 왠지 당황스러워서 사진도 못찍었다. 1100고지 정도 지나갈 때 주위를 잘 살피시길...그다지 동식물 종이 많은 것 같지는 않지만, 다른 산과는 뭔가 다른 식물들이 산 전체를 수 놓고 있다. 관음사쪽 하산길에 왠 수녀님 한 분이 빗속을 뚫고 그제야 등산을 하시며 "정상가면 야생화 군락지가 있나요?"하고 물으신다. 등산로에 야생화 군락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우리는 그 분을 진시황제가 보냈던 특사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여전히 불로초를 찾아 헤매는...


ⓒ kaykim 2007July 5th, 2007 @ Mt. HALLA


[한라산 풍경]

고도의 높낮이에 따라 달라지는 식물들을 보고 새소리를 들으며, 함께 등산하는 이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성판악으로 오르다보니 어느새 만나게 되는 1800M고지. 여기에선 반드시 뒤를 돌아보라. 날씨가 좋으면 쫙~ 펼쳐지는 제주, 끝 없는 바다. 제주를 감싸고 있는 크고 작은 오름들. 재주가 없어 본것 만큼 예쁘게 담지 못했으나 실풍경은 정말 장관이다.

ⓒ kaykim 2007July 5th, 2007 @ Mt. HALLA



[한라산 소요시간]

3월의 눈 쌓인 한라산은 오르고 내리는데 각각 5시간씩은 갔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으나, 이번 산행에서는 오르는데 3시간 20분 정도, 내리는데 3시간이 걸렸다. 시간이 이렇게 "급"단축된 것은 해를 가려준 구름, 하산길에 내렸던 비, 그리고 "경쟁자들" 덕분이었다. 선발대 전문가샘들은 2시간 반이 걸렸다는;; 마지막에 도착하신 선생님 한 분의 맨발이 인상깊어 사진을 하나 남겼다. 힘들지만 정상에 다다랐을 때의 기분이란. 캬.

ⓒ kaykim 2007July 5th, 2007 @ Mt. HALLA


[한라산과 백록담]

TV에서 봤던 찰랑찰랑한 백록담은 아니였으나, 호리병모양으로 거의 바닥이 드러난 백록담을 볼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3월 산행에서 바로 앞사람도 못 알아볼 정도로 짙게 낀 안개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탓에 이번에도 별 기대를 안했는데, 비까지 내린 날씨에 백록담이 선명하게 보인다. 1년에 90일 정도만 볼 수 있다는 백록담을 보다니 운도 좋고 기분도 좋다.

ⓒ kaykim 2007July 5th, 2007 @ Mt. HALLA


[한라산의 알프스]

관음사로 내려오는 길은 성판악보다는 험하지만, 경치가 정말 좋다. 가본적은 없지만 알프스 같은 곳. 맑은 공기도 물론이지만 7월의 한라산의 짙은 초록은 두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이런 풍경이 변치않고 오래오래 간직되었으면...이번에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앞으로 혹 등산을 못하게 될 수도 있을까해서 정말 기를 쓰고 올라갔다. 성판악쪽에 진달래 대피소가 열심히 공사중인 것으로 봐서는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언제 어찌 될지 모르니 한 해라도 늦기 전에 다녀들 오시길...ㅎㅎ

ⓒ kaykim 2007July 5th, 2007 @ Mt. HALLA


[한라산 내려오기]

개인적으로 관음사로 올라가서 성판악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추천하고 싶다. 차를 가져가면 올라갔던 길을 되돌아 와야하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 제주시내에서 숙박. 새벽에 김밥 사들고, 택시를 타자. 관음사로 가면 5천원 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다. 내려와서는 성판악에서 제주시나 서귀포로 버스로 이동할 수 있다. 지금은 공사중이지만 내려오는 길에 진달래 휴게소에서 먹는 컵라면과 커피의 맛은 등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아시겠지. 호호호. 이렇게 멋진 풍경을 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껌종이 하나라도 반드시 함께 하산하기 ♡

ⓒ kaykim 2007July 5th, 2007 @ Mt. HA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