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한민국 구석구석/경상

[영덕거닐기] 풍력발전소

한 주, 또 한 주 미루다가 집에 안간지도 꽤 오래되었다. 오랜만에 혼자서 맞는 토요일. Radio에서 전국적으로 강풍 소식을 알려왔다. "울진 강풍주의보?" 순간 머릿속엔 바람개비들이 휙휙 돌고 있을 그곳이 생각났다. 그렇다면... "강구 풍력발전소!" 언제 계획세우고 떠났던가..그래, 오늘은 영덕으로 가자!

ⓒ kaykim 2008."4-5월 동해안의 물빛.."

ⓒ kaykim 2008."둥둥 움직이는 해파리들.."

ⓒ kaykim 2008."항구의 로망은 역시 빨간등대"

북쪽으로 올라갈 수록, 길 오른쪽에 펼쳐지는 물빛이 투명해졌다. 몇 번이고 "이쯤에서 세워볼까" 할 만한 곳을 벌써 여러 번 지나보내고, 빨갛고 하얀 등대가 3개씩이나 있는 곳에서 멈췄다.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다. 어쨌거나 "역시, 항구의 로망은 빨간등대야!"

ⓒ kaykim 2008."빨갛고 하얀 등대가 3개씩이나 있는 영덕의 어느 항구"


조용한 어촌에는 늙은 어부들이 멍석을 깔고 윷놀이를 하고 있었다. 시끌하게 웃고 떠들다가 이방인이 지나가면 조-용-해지는 분위기와 움직이는 시선들을 은근히 즐기고 있던 케희씨 -_- 간장종지에 들어가는 아주 작은 윷, 몇개의 바둑알들. '씨익:D 아마도 술 내기겠지..'ㅎㅎ

ⓒ kaykim 2008."사진을 좀 더 잘찍을 수 있었더라면.."

바다색은 하늘 빛에 따라서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구름이 가릴 때의 짙은 바다색은 그대로, 또 하늘이 푸를 때의 투명한 바다도 그 나름 역시 매력적이다. 헝그리 망원랜즈를 시험해 볼 기회다. 머리 위로 날고 있는 조나단을 잡았다.

ⓒ kaykim 2008."부러운 조나단 녀석.."

"조나단, 파란 바탕화면에 두 날개를 쭉 펴고 날면.. 겨드랑이 사이로 짠 바람이 슉슉 시원하게 지나가겠지?" 너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날개의 특혜, 바로 질투심 때문이다. ㅎㅎ 빨간 등대에 가까이 다가가니.. 집나온 광주소녀, 가난한 부부의 신혼여행의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쓰여져 있다. 방랑자들의 공동집필, 거대한 빨간 책이 따로 없다 ㅎㅎ

ⓒ kaykim 2008."방랑자들의 공동집필, 거대한 빨간 책"


이제 그만, 풍력발전소로 움직여보자. 강구항에 들어서면 그 유명한 "영덕대게" 상점들 앞에 호객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그냥 지나가는 것이 참 미안할 정도로 ㅎㅎ 구불구불 바다를 끼고 올라갔더니, 거대한 풍차(?)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kaykim 2008."사람크기와 비교하면.."

ⓒ kaykim 2008."귀여운 노랑의 바람개비"

ⓒ kaykim 2008."가장 맘에 들었던 파랑비행기"

강풍주의보답게 세 개의 거대한 날들이 휙휙 소리를 내며 바람을 돌리고 있다. 고개를 완전히 젖혀 올려다 보면서, 저게 떨어지면 어쩌지 하고 또 괜한 걱정을 했다. (아니다. 아니다. 괜한 걱정은 아닌 것이, 장식으로 만들어 둔 바람개비들이 곳곳에 바람에 못이겨 떨어져 있었다. 부들부들...저래뵈도 꽤 큰데..)

ⓒ kaykim 2008."에어전트 케희킴, 허기로 인해 컴백 결정"

 
이곳에 이런것이 왜 있는가 싶은 몇 대의 전투기와 그 잔해들이 합세하니, FBI 요원이 된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사진으로 보니 왠지 평온해 보이지만, 엄청난 바람이 머리를 죄다 헝클어 놨다. 여행의 끝은 항상 배고픔에서 시작된다. 허기가 지면, 이제 집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ㅎㅎ

ⓒ kaykim 2008."바다와 산의 경계, 강구 풍력 발전소"


언젠가 한 번쯤 가야겠다고 생각한 그 곳. 밤에는 조명과 예쁜 전구들이 만들어 내는 야경이 돋보인다는 강구 풍력발전소. 다음에는 야경을 담으러 밤에 가야겠다. 바람부는 항구에서 신선한 회도 먹고! 좋지 아니 한가 ㅎㅎ

ⓒ kaykim 2008."영산홍이 예쁘게 핀 계절, 거대한 바람개비들 안녕.."


+ 보너스 후기
풍력발전소에서 내려오다가 발견한 예쁜 저수지는 그 옛날 밥아저씨의 그림처럼 예뻤다. 도시락을 싸 갔다면 아마 이쯤에서 먹었겠지 ㅎ 새가 짹짹, 나비가 훨훨, 햇살이 따꼼, 물고기 풍덩.

ⓒ kaykim 2008."밥 아저씬 지금 뭘 하고 계실까.."


대부분의 차들이 왔던 길로 내려갔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던 길 위에서.. 나 홀로 사진찍기가 시작된다. 오늘의 나들이 기운으로 또 한 주를 살아야지.
 

ⓒ kaykim 2008."헝그리 망원렌즈 실험"

ⓒ kaykim 2008."역시, 낚시에 대한 열망"

ⓒ kaykim 2008."수고했어, 깜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