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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구석구석/전라

[담양거닐기] 죽녹원-메타세콰이어-소쇄원-가사문학관

[Intro]

올 여름 휴가는 어디로 가면 좋을까? 고민을 하다보니 자연히 작년에 갔던 곳을 떠올리게 되었다. 작년에도 휴가 전날까지 무계획으로 있다가 남들 안가는 조용한 8월 말에 '남도거닐기'라는 타이틀을 안고 4박 5일 여행을 했었다. 생각난 김에 사진첩을 들여다 보다가 이참에 포스팅도 차례로 해봐야겠다고 생각. 첫날은 경남 합천에서 보냈기 때문에 둘째날 여행했던 담양부터 시작해 볼까나. 요즘 "화려한 휴가"의 붐을 타고 담양의 메타세쿼이야 가로수 길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보니, 더 생각나는 담양이다.

ⓒ kaykim 2007.August 27th, 2006 @ Damyang



[담양가는길]

포항에서 전라도를 가려면 어느 도시든, 어느 교통수단이든 정말 갑갑하다. 전라도로 가는 버스는 전주와 포스코가 있는 광양이 전부로 알고 있다.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부산이나 대구 등 대도시로 일단 가서 담양으로 가야한다. 나의 경우, 일단 대구로 내려가 합천행 버스를 탔다. 가는 길에 가야산의 해인사에 들러 구경하고 여러 경유지를 거치고 거쳐 담양에 도착, 광주, 무안, 목포, 해남, 보성, 여수를 거쳐 부산을 통해 포항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정했다. 지도를 펼쳐놓고 대략 동그라미를 그려 세웠던 허접한 코스지만 다음에 가게 되더라도 그렇게 할 듯 ^^ 담양여행을 가지는 분들은 '담양군청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여행코스 잡으시고, 남도전체 일정을 잡으려면 '전라남도청 홈페이지" 참조할 것.

ⓒ kaykim 2007.August 27th, 2006 @ Damyang



[담양 메타세콰이어]

많은 드라마, 영화에도 '출연'한 유명한 담양의 메타세콰이어길. 해가 지고 있는 저녁에 담양에 들어서는데, 메타세콰이어 길이 시원하게 양쪽으로 늘어서 "Welcome To DamYang"을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구불구불 힘든 길을 오랜동안 불편한 버스로 온데다가 중간 경유지(남원인가 순창이었던가)에서 아끼던 우산까지 놓고 내리는 바람에 기분이 살~짝 거시기 했는데 해가 지고 있는 그 길을 지나가니 "뻥"하고 뚫리는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지나왔던 그 길은 아니지만, 군청 앞에 있는 메타세콰이어 사진을 찍었다. 보기만해도 마음이 시원하다. 아, 뚜껑있는 차를 타고 이 사이를 시원하게 씽씽달리면 얼마나 좋을까. ㅎㅎ.

ⓒ kaykim 2007.August 27th, 2006 @ Damyang


[담양 죽녹원]

갑자기 온 여행이니, 무슨 계획이 있었겠는가. 메타세콰이어 길을 보고 대충 이정표를 따라 '죽녹원'이라는 곳까지 걸었다. 일부러 징검다리를 건너, 녹색 대나무가 울창한 그곳으로 뚜껑있는 차가 없는 뚜벅이는 열심히 걷는다. 걸어야지 별 수 있나 ㅎㅎ.

ⓒ kaykim 2007.August 27th, 2006 @ Damyang


그리고 나타난 죽녹원은 영화 '알포인트' 촬영지 중 하나 였다. 고요한 새벽의 안개 속, 푸른 대나무 숲을 기대했다. 바람이 불면 "스으으으"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대숲. 그치만 늦여름 새벽부터 푹푹찌던 날씨는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게다가 관광지 답게 너무 정돈된 대나무 숲은 나중에 소개할 보성의 차밭 만큼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게다가 모기는 또 왜그리 많았던지 ㅋㅋ 잔뜩 수혈을 해주고서 나왔던 기억이... 죽순모양으로 만든 조명이 너무 귀여웠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겨울 눈 덮힌 대나무 숲을 가보고 싶다. 그럼 잠시 죽녹원의 대나무 감상을 해보실까나.

ⓒ kaykim 2007.August 27th, 2006 @ Damyang

ⓒ kaykim 2007.August 27th, 2006 @ Damyang

ⓒ kaykim 2007.August 27th, 2006 @ Damyang

ⓒ kaykim 2007.August 27th, 2006 @ Damyang

ⓒ kaykim 2007.August 27th, 2006 @ Damyang


죽녹원 근처에는 대나무 통밥이나 죽순요리 등 음식점이 더러 있었다. 나는 혼자하는 여행을 즐긴다. 혼자서의 여행은 사색을 많이 할 수 있어 좋고, 동행자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계획하지 않아도 된다. 일정을 맞추지 않아도 되니 떠나고 싶을 때 떠났다가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올 수 있다. 좋은 곳에서 더 오래 머물고 마음에 들지 않은 곳은 일찍 떠나면 된다. 체력을 맞춰갈 필요가 없다. 걷는 것을 좋아하니 대부분의 친구들처럼 살이 그을릴 걱정을 하지 않고 돌아다녀도 된다.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왜 줄줄이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혼자서 여행하는 것이 불편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생각은 "그래, 너도 여잔데, 낯선 곳에서 혼자 여행하면 특히 밤엔 아마도 무섭겠지" 허나 내가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안전상의 문제가 아니다. 다름아닌.."밥"..남도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식도락 여행이 아니던가.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한 상 가득히 차려나오는 한정식을 비롯하여 음식이 맛나기로 소문난 남도에서 2인 이상 먹어야 할 메뉴...대나무 통밥을 먹어보지 못했다. -_-

ⓒ kaykim 2007.August 27th, 2006 @ Damyang


두 번째는 숙소 문제다. 아무래도 가장 큰 비용이 드는 부분이 숙소기 때문에 혼자서는 부담이 되니까.. 그나마 큰 도시엔 찜질방이라도 잘 되어 있어 숙박비를 아낄 수 있다지만.. 외진 곳을 여행할 땐 곤란하잖여? ㅎㅎ 하여간 담양에서는 대나무 찜질방에서 하루를 묵었다. 갑작스레 떠난 여행에 숙박예약 같은 것이 있을리가 있었겠는가. 담양에 내리자마자 "요긴 찜질방 같은 곳이 있나요?"하고 동네 주민에게 물어 본 결과 터미널에서 걸어걸어 대나무 찜질방을 발견했다. 시설은 꽤 좋았는데 잠을 설쳐, 죽녹원을 나서면서 커다란 평상에 누워 잠깐 눈을 붙이다.

[담양 소쇄원]

특이한 이름 소쇄는 양산보의 호. 이곳이야 말로 담양의 가봐야 할 곳. 혼자 사색하기 좋은 곳이다. 자연 속의 인공 정원에서는 곤충사진, 식물사진도 많이 찍었다. 졸졸 흐르는 계곡물. 옛날 담장. 시원한 누각. 잠이 솔솔 오는 정자. 평상에 누워 책도 읽고, 물에 발도 담그고 진정한 풍류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실컷 풍류를 즐기다 점심 때가 되서 사람들이 슬슬 모이기 시작할 때 빠져나왔다.

ⓒ kaykim 2007.August 27th, 2006 @ Damyang

ⓒ kaykim 2007.August 27th, 2006 @ Damyang

ⓒ kaykim 2007.August 27th, 2006 @ Damyang

ⓒ kaykim 2007.August 27th, 2006 @ Damyang

ⓒ kaykim 2007.August 27th, 2006 @ Damyang


[담양 가사문학관]

버스로 소쇄원으로 오는 길에 또 다른 관광지가 있던 것이 생각나, 걸어서 가사문학관으로 갔다. 건물 내부는 뭐 별로 볼 것은 없었고, 외부 정원과 소품들이 예뻤다. 주렁주렁 걸려있던 예쁜 등, 예쁘게 심어 놓은 꽃길, 연못의 색색 잉어떼. 그리고 감동적이었던 시조 "김치별곡(김치別曲)"은 더운 여름에 시원한 웃음과 감동을 주었다. 지금 다시 생각나 인터넷 검색 찬스를 이용해 보았더니, 여전히 재치있는 시조. 가사문학관 시조 "김치별곡" 보기

ⓒ kaykim 2007.August 27th, 2006 @ Damyang

ⓒ kaykim 2007.August 27th, 2006 @ Damyang


[담양 떠나기]

여행 첫날은 비가 무척이나 내렸었다. 하늘이 뚫린 것 같았다. 멀리 전라도까지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다 일단 대구에 가서 고민을 하기로 하고 떠났다. 자주가는 교보문고의 스타벅스에 앉아서 전라도 여행책을 보면서, 흠..역시 가는게 좋겠어. 하고 일어서자 다행히 비가 말끔히 그쳐 있었다. 남도투어의 첫 도시 담양은 역시 좋았다. 위에 소개한 곳 외에도 몇몇 곳을 더 보고 소쇄원에서 바로 광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지도상에서 보기에도 무척 가까워서 정말 드문드문 오는 버스를 기다리느니 한 번 걸어볼까나 생각도 했지만..버스를 타고 보니 잘 탔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름다운 광주호를 지나 담양 여행 마무리.

ⓒ kaykim 2007.August 27th, 2006 @ Dam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