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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구석구석/경상

[통영거닐기] 소매물도와 등대섬

[Intro...]

빛나는 한려수도. 아름다운 섬 소매물도는 많은 여행자, 사진쟁이, 다이버 그리고 낚시 애호가에게 사랑받고 있는 곳.  드디어 간다.

[소매물도가는길]

통영에서 배를 타고 간다. 요즘엔 부산이나 거제에서도 배가 온다고 들었다. 이 경우는 여행사를 통해 오는 경우가 많다. 통영여객터미널에서 오전 7시, 오후 2시에 출발하며 1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데, 주말과 성수기에는 오전 11시 배도 있다. 주말에 숙박하지 않을 예정이라면 오전 7시에 들어가서 12시 배를 타고 나오면 된다. 3시간 반 동안 충분히 섬을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아름다운 섬이다.

ⓒkay kimMay 20th, 2007 @ 소매물도, 통영


배는 정말 작았고, 일찍 길을 나선 탓에 통통거리며 오는 1시간 반 동안 맨 앞자리에 앉아 꽤 달게 잠을 잘 수가 있었다. 소매물도에 오기 전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1. 소매물도에는 상가가 전혀 없다. 때문에 먹거리나 기타 준비물을 철처하게 챙겨야 한다. 주로 여객터미널 앞에 있는 충무김밥을 간식으로 싸오는 경우가 많다. 여름휴가지로 선택했다면 특히 바리바리 싸 가야 할 듯. 2. 물 때를 알고 가야한다. 소매물도에 가는 가장 큰 이유는 등대섬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등대섬은 물때에 따라 쫙~하고 갈라지는데,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이 물때에 맞춰 일정을 잡아야 한다. 주로 왕복표를 끊기 때문에...

ⓒ kay kimMay 20th, 2007 @ 소매물도, 통영


소매물도의 유일한 상점은 '다솔찻집'이라는 곳이다. 간단한 음식과 독톡한 차를 파는 곳인데, 멍멍이들로 더 유명하다. 모 동물프로그램에 '섬과 개'로 출연한 적이 있다는 애견들. 만지니까 요로케 귀여운 표정을 지어 주신다ㅋ 사람들의 손과 시선에 익숙해져 알아서 포즈까지 잡아주는 멋진 녀석들.

ⓒkay kimMay 20th, 2007 @ 소매물도, 통영



난 몰랐는데, 관광객들은 내리자마자 보이는 다솔찻집으로 달려가 "이 개가 그 개야?" 하며 스타를 본냥 좋아하며 모두 한 번씩은 같이 사진을 찍었다. 워낙에 멍멍이도 좋아하지만, 이날 더 시선을 끌었던 것은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소품들. 강한 바닷바람을 타고 미니 풍차들이 '씽씽' 돌아갔다.
 

ⓒkay kimMay 20th, 2007 @ 소매물도, 통영


운치있는 찻집엔 전날 와 하루 묵은 손님들이 배를 기다리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섬에 내리면 가장 먼저 반기는 찻집 앞에서 사람들은 이제 고민한다. 배를 타고 등대섬으로 바로 갈까. 아니면 산을 넘어 갈까. 둘 다 꼭 해보시길.

ⓒkay kimMay 20th, 2007 @ 소매물도, 통영


위의 사진에서 정박되어 있는 작은 배들이 등대섬으로 가는데, 일정인원(5-6명)이 채워지면 왕복 5천원에 등대섬으로 데려다 준다.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것이며 짧은 거리지만 정말 재밌고(작은 배일수록 더) 동굴이나 바위 이름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다 ^^ 아래 촛대바위. 굴씽이 동굴인가 하는 곳을 비롯해 두 군데의 동굴도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너무너무 재밌다.ㅎㅎㅎ

ⓒkay kimMay 20th, 20007 @ 소매물도, 통영


그러나 대부분은 먼저 배를 타기 보다는 30분 정도 소요되는 가파른 섬을 올라간다. 맞은 편의 등대섬을 조망할 수가 있다. 게다가 물길이 열리는 행운을 얻게 된다면 직접 건너 가 볼수도 있기 때문. 물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왠지 걸어가보고 싶었다. 가는 길에는 또 다른 볼거리로 알려진 폐교(분교)가 있는데, 이제 문이 완전히 닫혀 있다. 누군가 인수해서 개조해 숙소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중간중간 가는 길 어디든 바다가 보이고 멋지기 때문에 준비한 도시락이나 간식을 먹어도 된다. 흑염소도 봤다!!! 바위 끝에 앉아 휴식하던 애들에게 다가갔더니 열심히 도망가는 중;;;

ⓒkay kimMay 20th, 2007 @ 소매물도, 통영

ⓒkay kimMay 20th, 2007 @ 소매물도, 통영


아기염소 한 마리는 미쳐 도망을 못 가고 "매애애애~" 하면서 아빠를 불렀다. 뿔 달린 아빠염소가 다시 "매애애애~"하고 쫓아온다. 어찌나 무서웠던지 도망쳐버렸다. 동물과 대화할 수 있으면 참 좋으련만... 염소에게 도망와서 본 건너편 등대섬의 풍경. 보고 느낀대로 담아 낼 수 없어 아쉽지만, 정말 "Good!"이예요 "Good!" 그리고 이어진 것으로 보인 물길. 돌아섰어야 했는데 왠지 건널 수 있을 것 같아 서둘러 내려갔다;;;

ⓒkay kimMAy 20th, 2007 @ 소매물도, 통영


아무렇지 않게 여기저기 떠 있던 크고 작은 섬들. 그리고 그 위에서 낚시하는 매니아들. 그리고 다시 한 번 든 생각. "언젠간 꼭 낚시를 배워야지~" ㅎㅎ 소매물도에서 점심이나 간식을 먹지 않았다면 저 하얀 등대가 보이는 섬 어딘가 절벽 끝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먹을 수 있다. 단, 건너갈 수만 있다면;; 내려간 곳은 역시나 위에서 보기와는 다르게 엄청 파도도 세고 물도 아직 깊었다.

ⓒkay kimMay 20th, 2007 @ 소매물도, 통영


한 여름이라면 헤엄쳐서 갈 수 있지 않을까도 싶었으나;; 그런 정신으로 건너다 죽은 사람도 몇몇 있다고 한다 -_- 게다가 난 수영도 못 하잖아? 그럼 이제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함께 구상하던 아주머니 아저씨는 다시 30분 거리를 되돌아가 배를 타고 건너가신다며 김밥과 떡을 남긴채 떠나셨다. 떡을 먹으며 바다와 타협하는 법을 생각했다. 30분을 앉아 있다 결국 포기하고 돌아서던 그 때.

ⓒkay kimMay 20th, 2007 @ 소매물도, 통영


짜잔~하고 혜성처럼 나타난 아저씨. 선착장이 따로 없기 때문에 제일 작은 배를 가진 아저씨가 배를 댈 수 있었다. 난 건너 뛰다 '풍덩'하고 빠지고 말았지만;; 아저씨가 바로 앞 등대섬 선착장을 두고 빙~돌아 동굴과 바위를 구경시켜 주셨다. 확성기를 들고 열심히 설명도 해주시면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도착한. 등대섬은 멋지다. 하얀 등대는 운치있다. 저 등대에 앉아 신발을 벗고 젖은 발을 말리고 있는데, 남의 속도 모르고 사진작가들이 모델을 제안했다 -_- 그리하여 내 나이키와 등짝은 소매물도 등대섬의 모델이 되었다. 영광이로군아;; 지금쯤 어딘가에 떠돌고 있을지도 모를 내 등짝.

ⓒkay kimMay 20th, 2007 @ 소매물도, 통영


그리고 한참을 앉아 파도가 치는 남해의 섬들을 바라보았다. 한 밤 중에 하얀 등대가 지켜 줄 섬들과 사람들을 생각했다. 올해 들어서 가장 평화로운 시간이었다고 할까. 그림을 그릴 줄 알았더라면 좋았을 걸... 반대편 소매물도에는 얼마 전의 나와 마찬가지로 고집을 피우고 열심히 산을 오른 사람들이 물이 빠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아저씨 돈 많이 버시겠네 ㅋㅋ 아저씨가 세 번 째 사람들을 실어 날랐을 때 쯤 12시 배를 타기 위해 다시 통통배에 올라탔다.

ⓒkay kimMay 20th, 2007 @ 소매물도, 통영


아침 배로 들어 왔을 때는 보지 못했던 풍경이 펼쳐져 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매일매일 잔치를 벌인다. 저마다 파라솔을 펼쳐놓고는 직접 땄다고 주장하시는(?) 멍게, 해삼, 전복 등을 팔고 계셨다. 아, 먹을 줄만 알았더라면 화이트 일병에 유명한 통영 멍게를 먹었을텐데...입이 원망스러웠던 순간. 그리고 한참 후에 다시 통영으로 들어오는 배가 들어왔다. 아침에 탔던 맨 앞자리에 앉아 부선장님이 "학생, 제자리 찾았네? 구경은 잘 했나" 하시면서 아침처럼 옆 자리에 앉아 가졌다. ㅎㅎㅎ. 행복했던 오월의 마지막 여행.

ⓒkay kimMay 20th, 2007 @ 소매물도, 통영



등대섬은 가족이나 연인끼리 왁자지껄 다녀오는 것도 좋겠지만, 혼자서 조용히 사색하고 싶어질 때 떠나면 참 좋을 것 같다. 왠만하면 남들 안가는 평일에 ㅋㅋ 내가 글을 쓰는 작가였다면 이 곳에서 멋진 작품이 나왔을 지도 모르겠다. 소매물도에 가기 전 인터넷을 통해 몇몇 후기들을 봤는데, 어떤 사람이 이런 글을 달았었다. "만약 자살하게 된다면, 이런 곳에서 죽고싶다."고...벼랑 끝에 앉아 아줌마가 주고 간 김밥을 먹는데 문득 그 말이 생각났다. '아, 이런 느낌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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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물도 등대섬 벼랑 끝에 앉아 한려수도를 바라보다. 소매물도 여행기 끝.